별의별 - 김종광 지음/문학과지성사 |
“워칙히 이르케 재밌을 수가 있대유?”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입담’을 가진 소설가
‘김종광’이 돌아왔다!
2015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나를 성장시킨 산천과 어른들과 친구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그렇게 별의별 사람과 사건이 나를 키웠다.”_「작가의 말」에서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런 입담’을 갖춘 소설가로 통하는 ‘김종광’의 신작. 그의 자전적 체험이 바탕이 된 청소년 소설 『별의별 - 나를 키운 것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971년생인 작가가 실제 자신의 고향인 충남 보령을 배경으로, 제목 그대로 ‘별의별’ 사람과 사건들이 담긴 48편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나를 키운 것들’이란 테마로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쓰고 다듬은 만큼 그만의 매력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요 무대는 70~80년대 충청남도 보령군 청라면의 어느 시골 마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에겐 최고의 역사 영웅으로 존경받는 고려 말의 충신 ‘김성우 장군’ 이야기를 시작으로,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때로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소년소녀들의 성장담이 펼쳐진다.
점점 잊혀 가는 농촌의 풍경과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해학과 풍자로 잘 버무려 내어, 청소년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또한 주류 문학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시골의 정경과 변방의 이야기를 그 지역 언어를 살려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학 세계를 느끼게 한다.
부모 세대에게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불러내는 한편, 자녀 세대에는 60~70년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어버이 세대의 이야기를 보다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이로써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별의별 사람들이 벌이는 별의별 일들을 따라가며 웃고 우는 사이, 순박함을 간직한 청라면 사람들에 동화되어 갈 것이다.
충남 보령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어른들의 요절복통 성장기
소설 속에는 미련할 만큼 순진한 범골 최고의 약체 ‘판돈’을 비롯해 1971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사내아이보다 주먹이 센 왈가닥 ‘덕순,’ 뭐든지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는 ‘공작,’ 판돈의 눈엔 선녀보다 예쁜 핸드볼 여신 ‘미해,’ 뱀이며 산토끼며 척척 잡아내는 사냥 천재 ‘육손,’ 유일하게 표준어를 구사하는 서울 아이 ‘운성,’ 싸움은 최고지만 집안 살림을 돕느라 싸울 시간이 없는 애어른 ‘환기’ 등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잊지 못할 학창 시절을 만들어나간다.
시대적 배경은 70~80년대지만, 친구들끼리 짓궂은 장난은 일상이요, 게임을 하다 벌어진 치열한 신경전, 얼결에 성(性)에 눈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사연, 풋사랑의 설렘, 처음으로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된 얘기 등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거리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마냥 명랑해 보이는 범골 아이들에게도 속사정은 있기 마련.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교 진학을 포기하기도 하고,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기도 하고,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돌보느라 일찍 철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저마다 하나씩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친구의 흠을 잡아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다 같이 어울려 뛰놀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범골 ‘애어른’들의 모습은 비교와 경쟁, 피상적인 관계의 굴레에 갇혀버린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묵묵히 저마다의 빛을 잃지 않고,
가난과 독재의 시대를 지나온 투박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외에도 마을 어른들의 믿거나 말거나식 무용담도 한몫을 한다. 취했을 때나 취하지 않았을 때나 끝장 볼 때까지 떠들어대는 ‘고주망태 아저씨,’ 44년 동안 쓴 일기 때문에 돌아가신 ‘범웅 할아버지,’ 개망나니에서 목사로 환골탈태한 ‘해병’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골고루 생명력을 가지며 소설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을 어른들의 모습 이면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시달려야 했던 농민들의 애환과 당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 웃지 못할 실화들이 투영되어 있다. 대통령 비난하는 발언을 하다 삼청교육대에 다녀온 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포에이취 아저씨,’ 정부의 정책을 믿고 목장을 차렸다가 ‘소값 파동’으로 아버지 재산까지 몽땅 날린 ‘우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절망한 축산 농가를 찾아다니며 딴생각 못 하게” 자신의 형편을 내세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우유’의 일화는 눈물 콧물 쏙 빼게 만드는 김종광식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묵묵히 저마다의 빛을 잃지 않고 암담한 현실과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청라면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이룬 주역이 바로 이들 같은 민초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동학농민운동, 새마을운동, 삼청교육대, 소값 파동……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녹아 있는 ‘기억 저장고’ 같은 소설
“이 소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아우르고 있는 것들이 전(前) 세대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 투쟁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절실히 깨닫고,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지지대로 삼았으면 한다.” _「해설」에서
고려 말 김성우 장군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연 속에 묻어나는 청라면의 역사를 쭉 따라가다 보면 동학농민운동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벌어졌던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장면들이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에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이념 갈등으로 억누르며 산골 무지렁이 같은 청라면 어른들뿐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글짓기대회? ?금강산댐?)는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군사정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무거울 수 있는 비극적 사건들도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잃지 않고, 풍자와 해학으로 품어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사회상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송영심의 역사 교실(http://www.edusong.com)’을 운영하는 송영심 선생님의 해방 전후사를 아우르는 해설을 실어 청소년들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