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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 기타무라 가오루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 10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리 옮김/작가정신

술이 술술, 하지만 인생은 안 술술!

문제적 그녀의 이름은 의미심장하게도, 코사카이 미야코(小酒井都).
‘코사카이’는 ‘술이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뜻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인 코사카이는 아니나 다를까, 퇴근만 하면 술집이 즐비한 골목에 선배 언니들을 불러 모아 술을 들이켜는 것이 인생의 낙. 입사 환영회에서 대선배 편집장의 하얀 와이셔츠에 레드 와인을 부은 일을 시작으로, 팬티 실종 사건, 명품 가방 손괴 사건, 취중 노숙 사건, 노인 상해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연달아 일으키며 도쿄 회식계의 역사를 새로 쓴다.

술만 잘 마시는 그녀가 아니다. 코사카이는 매달 반복되는 잡지 원고 마감에도 끄떡없는 강철 체력에 작가와의 만남이나 삽화가 섭외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열정,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고루 갖춘 출판계의 수재로, 술이면 술, 일이면 일 못하는 게 없어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그녀에게 부족한 게 딱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애.

코사카이에겐 대학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모처럼 남자친구가 값비싼 프랑스 식당에서 약속을 잡자, 코사카이는 드디어 프러포즈를 받는구나, 하고 쾌재를 부른다. 서른 즈음의 그녀는 한창 일에 재미가 붙은지라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할 생각이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차려입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헌데 남자친구는 딴소리만 지껄이더니 한다는 소리가…… 코사카이는 그날 밤 결국 술잔을 꺾게 된다.

“나는 매실이고, 오코조 씨는 킨미야 소주 같아.”

와인처럼 부드럽게 감돌고, 마티니처럼 알싸하게 파고드는
당신 그리고 로맨스의 맛!


복숭아 맛 맥주, 린데만스 페슈레제, 코리앤더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흰 맥주 호가든, 토탄 향과 바다 향이 코를 자극하는 아이라 위스키, 사랑을 기원하는 일본 술 구도키조주, 소박하고 청량한 맛이 느껴지는 킨미야 소주……

각종 알코올과 화려한 안주의 향연으로 점철되는 소설 속 술자리에선 그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소박한 꿈과 꼿꼿한 자신감을 가진 여인들의 수다가 시종일관 펼쳐진다. 체격만큼이나 넉넉한 이해심을 지닌 왕언니 오타 미키, 넘치는 애교와 재치 있는 말발로 술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문고부의 문언니, 껌 좀 씹은 포스로 남자 후배들을 덜덜 떨게 만드는 오소네 편집장, 술만 들어가면 훌훌 벗고 한데 드러누워 잠이 드는 세토구치 마리에.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일과 사랑, 결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응큼한 속내가 공감을 일으키며 우리를 작품 속 술자리로 끌어들인다. 마치 ‘여기 앉아봐요. 당신 남자친구 이야기 좀 들려줘요’ 하고 말을 거는 듯.

하나둘 운명의 상대를 만나 알콩달콩 제2의 인생을 꾸려갈 때쯤, 코사카이 앞에도 입에 착 감기는 술처럼 딱 맞는 반쪽이 나타나는데……

허무맹랑한 농담과 장난과도 같은 언어유희,
예기치 않게 술자리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정수!


농담와 문장(文章) 사이,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오가며 전개되는 그녀들의 수다 속에서 우리는 예기치 않게 놀라운 진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은 어쩌면, 하하 호호 깔깔대며 허무맹랑한 우스갯소리를 지껄이는 오늘의 술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 소설에서 가벼운 농담과 장난과도 같은 언어유희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는 소설 속의 판화가, 오코조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오코조는 이렇게 말한다.

“무거운 그림은 제 세계의 원점입니다. 무엇을 그리든 어둠이 늘 배후에 있죠. 하지만 이렇게 남들이 보고 즐거워하는 그림도,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라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작품의 표현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런 그림을 주저 없이 그릴 수 있는 겁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예술에서 그것은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타무라 가오루가 이 한 편의 농담과도 같은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추측컨대 그 또한 아주 가벼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한잔해라. 그리고 웃어라.’
한순간이나마 누군가를 웃게 만든다는 건 얼마나 보람된 일일지. 작가의 개그 본능에 하염없는 찬사를 보낸다.

2016/01/26

[eBook] 돼지의 왕 - 2016년 새해 다이어터들의 필독서!

돼지의 왕 - 10점
김민하.이근형 지음, 똥똥배 만화/메디치미디어

2016년 새해 다이어터들의 필독서! 
한때 ‘우리 시대 큰 스승’이라 불렸던 돼지기자 김민하. 그는 사실 체중 101kg, 고관절 나이 40대, 고혈압과 위궤양을 앓는 우리 시대의 흔한 비만남이다. 이대로 살다가는 심장마비로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리복 마스터 트레이너 이근형 코치를 찾아가 육체개조 프로젝트를 부탁한다. 
이 책은 김민하 기자가 체중 감량과 체형 변화를 체험하고 건강까지 되찾은 비결을 정리한 운동 다이어리와 만화 작가 똥똥배의 다이어트 카툰이라는 두 가지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또한 더 건강한 다이어트 비법과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고 있는 독자에게는 이근형 코치의 실전 다이어트 강의 ‘원포인트 레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웃음과 정보를 모두 담은 신개념 다이어트 에세이
이 책의 바탕이 된 미디어스 연재 칼럼 〈김민하 - 돼지의 왕〉과 〈이근형의 크로스핏 다이어리〉가 독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운동을 하며 아낌없이 망가지는 김민하를 보는 재미와 함께 운동 다이어리에 운동생리학의 최신 연구결과가 유익함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식이요법을 따라했다가 건강만 나빠진 이들이 확실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존 다이어트’와 ‘팔레오 다이어트’, 연예인 화보를 보고 식스팩의 환상을 좇는 이들에게 권하는 GHD 복근 운동, 누구나 힘들어 하는 스쿼트와 데드리프트 잘하는 비법 등은 더 건강하고 확실한 다이어트를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똥똥배 작가의 ‘병맛’ 넘치는 다이어트 만화
특유의 패러디 문화와 ‘병맛 재미’로 인기를 끈 똥똥배 작가. 〈임금 체불 시뮬레이션〉, 〈똥똥배의 세계일주〉, 〈똥똥배의 운전면허 따는 만화〉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숙원이었던 모바일 게임 제작을 시작했으나 은행 잔고가 바닥나버렸다고 한다. 결국 제작비를 벌기 위해 목숨 걸고 《돼지의 왕》 만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폭식의 유혹에 넘어가 자괴감에 빠지거나, 운동을 하며 망신을 당하는 등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화를 저자에게 다분히 굴욕적인 그림으로 그려냈다.


[eBook] 당신이라는 안정제 - “누구나 살고 싶어서 아프다”

당신이라는 안정제 - 10점
김동영.김병수 지음/달
“누구나 살고 싶어서 아프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작가 김동영과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
7년간의 대화를 진료실 밖으로 꺼내다


“지난여름 나는 계속 아팠습니다. 그 아픔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져 붉은 피가 보이는 상처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숫자와 그래프로 증명되는 것도 아닌, 보이지 않는 고통이었습니다. 호소할 수 없는 고통만큼 괴로운 것은 그것이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치 내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김동영

“아픔과 긴장과 공포가 단순히 당신을 괴롭히기만 하려고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당신이 더이상 떠나기만 하는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면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당신이 더이상 혼자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또다른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당신이 꿈을 좇아 어디론가 떠나더라도 현실을 더 많이 기억해두라고 알려주는 목소리인 겁니다.” 김병수

나는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난 당신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합니다


요즘 뉴스나 신문 기사에서는 현대인의 건강 문제로 ‘수면장애’니 ‘과민성 장염’이니 ‘우울증’이니 하는 의학적 용어를 심심찮게 인용한다. 좀더 나아가 상대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연예인들의 사례를 통해 이제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도 더이상 낯설고 생소하기만 한 단어는 아니다. 그것이 어디가 이상하거나 혹은 나약해서 걸리는 병이 아니라 그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성가시고 불편한 마음의 감기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을 했을까. 예전에는 그런 증상을 자각하더라도 스스로 드러내기를 꺼리고 감추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자신의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고 좀더 적극적으로는 정신과 병원을 찾고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수 년 전, 미국 횡단 여행기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동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에게 찾아온 불청객 ‘공황장애’ 그리고 함께 따라오는 ‘불안’과 ‘우울’의 감정으로 꽤나 오랫동안 아팠다. 건강검진 끝에 우연히 만나게 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 달에 한두 번, 지금까지 그들은 꼬박 칠 년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은 단순한 치료자와 피치료자의 관계를 넘어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 책 『당신이라는 안정제』는 환자와 그 환자의 주치의가 공동으로 집필했지만 절대 조울증이나 불면증 그리고 공황장애를 다룬 의학도서로 봐서는 안 된다. 그저 서로 다른 시각으로 그것을 바라보는 일기 정도가 어울릴 것이다. 그들이 진료실에서는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진솔한 속내를 서로 마주하면서 찾아가는,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보는 것이 좀더 정확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김동영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도 아니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증상의 민낯을 가감 없이 공개해 절망감을 주겠다는 것은 더욱이 아니다. 그저 두 사람이 담담하게 스스로를 좀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런 과정이 비단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유의미한 성찰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마음의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의사라고 해서 무조건 씩씩한 것만도 아니며, 환자는 아프다고 해서 무조건 도움이 필요한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병수 역시 자신을 찾아온 김동영을 통해 일종의 영감을 얻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으며, 그것은 서로의 유대감을 진료실 밖으로 연장시키는 작은 씨앗이 되었다.

불안과 우울, 슬픔과 외로움을 가지고도
‘괜찮게’ 살아갈 수 있을까?


매일매일 다급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은 항상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속이 쓰리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고, 속마음을 훅 털어놓을 수 있는 나만의 대나무숲을 찾기도 한다. 뾰족한 이유 없이 화가 치밀기도 하고, 가끔은 꼼짝도 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초조하고 밤에는 숙면을 취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다반수다.
결국 김동영과 김병수가 진료실 밖에서 나누는 이 이야기들은, 병원에서 병명을 진단받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점으로 통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우리는 모두 불안하고 우울하며, 슬프고 외롭다. 우리가 이상하고 나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은 원래 태초부터 그렇게 설계되었다. 그러므로 그런 감정들은 살고자 하는 의지와 다름이 아니며, 살아 있음의 반증인 셈이다.
각자 너무도 다른 입장에서 그에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가지만,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불안과 우울, 공황 그 모든 것 너머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