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리 옮김/작가정신 |
술이 술술, 하지만 인생은 안 술술!
문제적 그녀의 이름은 의미심장하게도, 코사카이 미야코(小酒井都).
‘코사카이’는 ‘술이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뜻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인 코사카이는 아니나 다를까, 퇴근만 하면 술집이 즐비한 골목에 선배 언니들을 불러 모아 술을 들이켜는 것이 인생의 낙. 입사 환영회에서 대선배 편집장의 하얀 와이셔츠에 레드 와인을 부은 일을 시작으로, 팬티 실종 사건, 명품 가방 손괴 사건, 취중 노숙 사건, 노인 상해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연달아 일으키며 도쿄 회식계의 역사를 새로 쓴다.
술만 잘 마시는 그녀가 아니다. 코사카이는 매달 반복되는 잡지 원고 마감에도 끄떡없는 강철 체력에 작가와의 만남이나 삽화가 섭외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열정,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고루 갖춘 출판계의 수재로, 술이면 술, 일이면 일 못하는 게 없어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그녀에게 부족한 게 딱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애.
코사카이에겐 대학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모처럼 남자친구가 값비싼 프랑스 식당에서 약속을 잡자, 코사카이는 드디어 프러포즈를 받는구나, 하고 쾌재를 부른다. 서른 즈음의 그녀는 한창 일에 재미가 붙은지라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할 생각이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차려입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헌데 남자친구는 딴소리만 지껄이더니 한다는 소리가…… 코사카이는 그날 밤 결국 술잔을 꺾게 된다.
“나는 매실이고, 오코조 씨는 킨미야 소주 같아.”
와인처럼 부드럽게 감돌고, 마티니처럼 알싸하게 파고드는
당신 그리고 로맨스의 맛!
복숭아 맛 맥주, 린데만스 페슈레제, 코리앤더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흰 맥주 호가든, 토탄 향과 바다 향이 코를 자극하는 아이라 위스키, 사랑을 기원하는 일본 술 구도키조주, 소박하고 청량한 맛이 느껴지는 킨미야 소주……
각종 알코올과 화려한 안주의 향연으로 점철되는 소설 속 술자리에선 그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소박한 꿈과 꼿꼿한 자신감을 가진 여인들의 수다가 시종일관 펼쳐진다. 체격만큼이나 넉넉한 이해심을 지닌 왕언니 오타 미키, 넘치는 애교와 재치 있는 말발로 술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문고부의 문언니, 껌 좀 씹은 포스로 남자 후배들을 덜덜 떨게 만드는 오소네 편집장, 술만 들어가면 훌훌 벗고 한데 드러누워 잠이 드는 세토구치 마리에.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일과 사랑, 결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응큼한 속내가 공감을 일으키며 우리를 작품 속 술자리로 끌어들인다. 마치 ‘여기 앉아봐요. 당신 남자친구 이야기 좀 들려줘요’ 하고 말을 거는 듯.
하나둘 운명의 상대를 만나 알콩달콩 제2의 인생을 꾸려갈 때쯤, 코사카이 앞에도 입에 착 감기는 술처럼 딱 맞는 반쪽이 나타나는데……
허무맹랑한 농담과 장난과도 같은 언어유희,
예기치 않게 술자리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정수!
농담와 문장(文章) 사이,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오가며 전개되는 그녀들의 수다 속에서 우리는 예기치 않게 놀라운 진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은 어쩌면, 하하 호호 깔깔대며 허무맹랑한 우스갯소리를 지껄이는 오늘의 술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 소설에서 가벼운 농담과 장난과도 같은 언어유희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는 소설 속의 판화가, 오코조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오코조는 이렇게 말한다.
“무거운 그림은 제 세계의 원점입니다. 무엇을 그리든 어둠이 늘 배후에 있죠. 하지만 이렇게 남들이 보고 즐거워하는 그림도,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라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작품의 표현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런 그림을 주저 없이 그릴 수 있는 겁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예술에서 그것은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타무라 가오루가 이 한 편의 농담과도 같은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추측컨대 그 또한 아주 가벼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한잔해라. 그리고 웃어라.’
한순간이나마 누군가를 웃게 만든다는 건 얼마나 보람된 일일지. 작가의 개그 본능에 하염없는 찬사를 보낸다.
문제적 그녀의 이름은 의미심장하게도, 코사카이 미야코(小酒井都).
‘코사카이’는 ‘술이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뜻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인 코사카이는 아니나 다를까, 퇴근만 하면 술집이 즐비한 골목에 선배 언니들을 불러 모아 술을 들이켜는 것이 인생의 낙. 입사 환영회에서 대선배 편집장의 하얀 와이셔츠에 레드 와인을 부은 일을 시작으로, 팬티 실종 사건, 명품 가방 손괴 사건, 취중 노숙 사건, 노인 상해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연달아 일으키며 도쿄 회식계의 역사를 새로 쓴다.
술만 잘 마시는 그녀가 아니다. 코사카이는 매달 반복되는 잡지 원고 마감에도 끄떡없는 강철 체력에 작가와의 만남이나 삽화가 섭외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열정, 번뜩이는 아이디어까지 고루 갖춘 출판계의 수재로, 술이면 술, 일이면 일 못하는 게 없어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그녀에게 부족한 게 딱 한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연애.
코사카이에겐 대학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모처럼 남자친구가 값비싼 프랑스 식당에서 약속을 잡자, 코사카이는 드디어 프러포즈를 받는구나, 하고 쾌재를 부른다. 서른 즈음의 그녀는 한창 일에 재미가 붙은지라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할 생각이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를 차려입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헌데 남자친구는 딴소리만 지껄이더니 한다는 소리가…… 코사카이는 그날 밤 결국 술잔을 꺾게 된다.
“나는 매실이고, 오코조 씨는 킨미야 소주 같아.”
와인처럼 부드럽게 감돌고, 마티니처럼 알싸하게 파고드는
당신 그리고 로맨스의 맛!
복숭아 맛 맥주, 린데만스 페슈레제, 코리앤더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흰 맥주 호가든, 토탄 향과 바다 향이 코를 자극하는 아이라 위스키, 사랑을 기원하는 일본 술 구도키조주, 소박하고 청량한 맛이 느껴지는 킨미야 소주……
각종 알코올과 화려한 안주의 향연으로 점철되는 소설 속 술자리에선 그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소박한 꿈과 꼿꼿한 자신감을 가진 여인들의 수다가 시종일관 펼쳐진다. 체격만큼이나 넉넉한 이해심을 지닌 왕언니 오타 미키, 넘치는 애교와 재치 있는 말발로 술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문고부의 문언니, 껌 좀 씹은 포스로 남자 후배들을 덜덜 떨게 만드는 오소네 편집장, 술만 들어가면 훌훌 벗고 한데 드러누워 잠이 드는 세토구치 마리에.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일과 사랑, 결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 응큼한 속내가 공감을 일으키며 우리를 작품 속 술자리로 끌어들인다. 마치 ‘여기 앉아봐요. 당신 남자친구 이야기 좀 들려줘요’ 하고 말을 거는 듯.
하나둘 운명의 상대를 만나 알콩달콩 제2의 인생을 꾸려갈 때쯤, 코사카이 앞에도 입에 착 감기는 술처럼 딱 맞는 반쪽이 나타나는데……
허무맹랑한 농담과 장난과도 같은 언어유희,
예기치 않게 술자리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정수!
농담와 문장(文章) 사이,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오가며 전개되는 그녀들의 수다 속에서 우리는 예기치 않게 놀라운 진리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은 어쩌면, 하하 호호 깔깔대며 허무맹랑한 우스갯소리를 지껄이는 오늘의 술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이 소설에서 가벼운 농담과 장난과도 같은 언어유희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 작가 기타무라 가오루는 소설 속의 판화가, 오코조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오코조는 이렇게 말한다.
“무거운 그림은 제 세계의 원점입니다. 무엇을 그리든 어둠이 늘 배후에 있죠. 하지만 이렇게 남들이 보고 즐거워하는 그림도,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라고 그때 깨달았습니다. 작품의 표현은 만드는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런 그림을 주저 없이 그릴 수 있는 겁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예술에서 그것은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타무라 가오루가 이 한 편의 농담과도 같은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추측컨대 그 또한 아주 가벼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한잔해라. 그리고 웃어라.’
한순간이나마 누군가를 웃게 만든다는 건 얼마나 보람된 일일지. 작가의 개그 본능에 하염없는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