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9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 10점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루시드 폴 옮김/시공사


마음을 전하는, 낯설고 아름다운 세상의 낱말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전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하려는 마음과 전해지는 마음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요. 게다가 우리는 마음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자주 헤매기도 합니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는 누구나가 경험하는 이런 순간들을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낱말과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낸 책입니다.
여기에 소개된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낱말들’ 중 어떤 것은 당신이 처음 보는 낯선 단어임에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왠지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지 모릅니다. 아마도 이름이 없어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과 경험, 이미지들이 지구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낱말로 살아 있다는 걸 보았기 때문일 테지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반짝이는 눈빛 ‘티암’(페르시아어), 누군가 올 것 같아 괜히 문밖을 서성이는 ‘익트수아르포크’(이누이트어), 사랑의 단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달콤쌉싸래한 기분 ‘라즐리우비트’(러시아어), 나뭇잎 사이로 스며 내리는 햇살 ‘코모레비’(일본어), 부정적인 정서로 폭식을 한 결과 불어난 몸무게를 뜻하는 ‘쿰메르스페크’(독일어), 당신 없이는 살 수 없기에 자신이 그보다 먼저 죽고 싶다는, 아름답고 소름 끼치는 소망의 맹세 ‘야아부르니’(아랍어)……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는 없지만 누구나의 마음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낯설고 아름다운 52가지 낱말들을 멋진 그림으로 표현해낸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는 영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어린 시절 여러 나라에서 살던 경험을 토대로 그 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낱말을 일러스트로 그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면서 책으로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영어권은 물론 유럽, 아시아까지 언어의 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는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의 한국어판은, 깊고 서정적인 노래로 사랑받는 음악가 루시드폴이 번역을 맡아 특별한 감성을 했습니다.

루시드폴의 다정한 문장으로 만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낱말들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온전히 느끼기 어려운 미세한 마음의 결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전하는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에는 세상 곳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다르지만 결코 다르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단정하게 녹아 있습니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서로 다른 언어권에서 자라난 마음을 번역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기에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조금 더 특별한 감성이 필요했습니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단순한 번역이 아닌, 낱말 뒤에 가려진 낯선 언어의 느낌을 예민하게 감지해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풀어줄 수 있어야 했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말은 물론 다양한 언어에 대해 풍부한 감성을 지녀온 음악가 루시드폴은 더없이 적합했습니다.
조용조용하게 숨은 마음의 결들을 살려낸 루시드폴은 역시 특유의 조용하고 다정한 말투로 책의 말미에 자신의 경험을 가만히 풀어놓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음악을 ‘코모레비’에 비유한 잊을 수 없는 한 일본인의 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경험, 스위스에서의 오랜 유학 생활 중 외국 친구들에게 우리말 ‘꽃샘추위’를 설명해주며 마음 뿌듯했던 기억, 지금 제주도에서 감귤나무를 돌보는 농부로서 매일 ‘나뭇빛살’을 만나는 순간들까지, 루시드폴의 다정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