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0

우리 반 욕 킬러 l 익사이팅 북스(Exciting Books) 55

                     우리 반 욕 킬러 - 10점
임지형 지음, 박정섭 그림/아이세움              

"욕을 파는 건 어떨까요? 
매일 자기가 하고 싶은 욕을 돈 주고 사는 거예요.” 

욕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니, 말도 안 돼!
욕하는 게 뭐 어때서? 욕하면 속도 시원하고,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인걸.
요즘은 욕 안 하면 친구들 얘기에 끼어들지도 못한다고. 게다가
욕 한 번 값이 무려 오백 원!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용돈이 금세 똑 떨어졌지 뭐.
아, 욕 킬러인 내가 정말 욕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세 살 욕, 여든까지 ‘안’ 간다!
욕 한 방으로 친구들을 휘어잡던 ‘욕 킬러’도 
‘칭찬 스타’ 후보가 될 수 있다는 말씀! 

“아, 나 이 반찬 존X 싫어하는데, 누구 먹어 줄 사람?”
“아, 왜 벌써 다 떨어지고 지X이야.”
“오랜만이네, 새X야. 존X 보고 싶었다고!”

요즘 아이들은 욕을 잘한다. 잘해도 너무 잘한다. 급식에 싫어하는 반찬이 나올 때, 순간적으로 화가 날 때,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친구와 싸울 때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어른이 된 것 같은 우쭐함을 느끼고 싶을 때, 심지어 친근함이나 반가움을 표현할 때도 서슴없이 욕을 한다. 
그렇기에 청소년 10명 중 9명이 욕을 자주 한다는 국립국어원의 조사 결과는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오히려 그 10명 가운데 욕을 하지 않는 아이가 1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정도로, 우리는 주변에서 욕하는 아이들을 너무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까지 쉽게 욕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욕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국립국어원의 뜻풀이에 의하면 욕, 즉 욕설이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을 뜻한다. 따라서 욕을 한다는 것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일이자 남을 저주하는 언어폭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그저 멋있어 보이니까, 힘세 보이니까, 친구들이 많이 쓰니까 욕을 따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에게 욕을 듣는 상대방의 마음과 감정을 되돌아보고, 내 감정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여 바르고 고운 말 사용으로 올바른 인성을 키워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반 욕 킬러》는 밥 먹는 것보다 욕하는 것이 더 쉬웠던 ‘욕 킬러’ 남철이가 욕 때문에 친구한테 상처를 준 경험을 계기로 욕을 하지 않는 아이로 거듭나, ‘칭찬 스타’ 후보에까지 오르는 모습을 다룬 동화다. ‘욕을 사고판다’는 기발한 설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언어생활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욕을 사고판다’는 기막힌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 

“욕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욕을 한다. 10명 중 9명이 욕을 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욕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알렸고, 원인을 분석했고,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며 언론 매체에서도 욕하는 모습들을 내보내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해결 방법을 소개했다. 하지만 욕하는 아이들은 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
이 책 《우리 반 욕 킬러》는 이제 더 이상 한발 떨어진 채 아이들이 달라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새롭고, 강한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아이들 스스로 학급 회의를 통해 ‘매일 자기가 하고 싶은 욕을 돈 주고 사는 규칙’을 정하게 한 것. 
돈으로 욕을 사고파는 것이 지나친 물질만능주의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독특한 규칙을 제안한 책 속 등장인물 혜진이는 이렇게 말한다. 
“초등학생이 욕하는 건 괜찮고, 돈 내고 욕을 사서 욕하는 건 잘못된 건가요? 욕 살 돈이 없으면 욕을 안 하면 됩니다.” 
하루아침에 돈 내고 욕을 사서 하게 된 아이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용돈이 떨어져 욕을 못 사면 욕이 하고 싶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홧홧해진 얼굴로 가슴을 텅텅 치기도 한다. 
작가는 아이들이 욕을 할 때, 욕을 하고 싶지만 못 할 때 느끼는 감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입에 걸레라도 문 듯 기분이 더럽고 찜찜했다.” “딱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 그 기분이었다.”와 같이 욕하는 아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죄책감도 끌어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며 공감을 유도한다. 
그렇게 반 아이들 모두가 함께 정한 규칙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점점 변해 간다. 자신이 평소 얼마나 욕을 많이 하고 살았는지 깨닫고, 자신이 한 욕을 듣는 친구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되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욕에는 ‘책임’이 따른다 

‘욕 킬러’라는 별명답게 반에서 가장 욕을 잘하고 많이 하던 남철이는 처음에는 ‘욕 사고팔기 규칙’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나중에는 최대 수혜자가 된다. 반 강제적으로 지키기 시작한 규칙이었지만 절친한 친구 준하에게 평소처럼 욕을 하다 상처를 주게 되면서, 남철이는 욕으로 인해 겪는 아픔과 처음 제대로 직면하게 된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 자신의 욕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깨달으면서 말에 따르는 무거운 책임을 절감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욕하는 아이들을 감시하는 엑스맨으로 거듭난 남철이는 욕을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심하며 ‘학교 늦게 가기’ ‘침 꼴깍 삼키기’ 등 재치 있는 방법으로 욕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하루 종일 욕 참기가 어찌나 힘든지, 잠결에 욕을 하기도 하고, 속이 터질 것 같아 운동장을 여러 바퀴 돌기도 하는 모습에서는 아이다움이 엿보인다. 그렇게 한 걸음 성장하면서 욕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이 욕보다 칭찬을 더 잘한다는 것을, 욕을 하면 욕이 따라오지만 칭찬을 하면 칭찬이 돌아온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우리 반 칭찬 스타’ 후보로 뽑히는 영예를 안는다. 
많은 아이들이 “다들 욕하니까, 나도 하는 거다.” “쟤가 먼저 욕을 했으니까 나도 욕을 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욕하는 이유를 합리화한다. 그러나 자신이 한 말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남철이가 이렇게 극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도 ‘욕 사고팔기 규칙’이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한 욕에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남철이네 반 아이들은 이 특별한 규칙을 통해 욕은 다른 사람을 상처 주고 모욕하는 나쁜 일이니, 욕에는 응당 그 책임과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것을 ‘돈’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로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된다. 돈을 내면 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욕을 할수록, 돈은 줄어든다. 욕 한 번에 돈을 지불하는 행위 자체가 벌이자, 벌칙인 셈이다. 돈을 내고 욕을 하면 욕을 할 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욕을 많이 하는지도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욕을 할 때마다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눈에 정확히 보인다. 
욕을 오랫동안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욕 이자’를 주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욕 대신 서로에게 칭찬을 시작한다. 처음에 어색하던 칭찬이 입에 붙고, 칭찬의 특별(?)한 기술까지 익혀 가며 마침내 스스로 욕 대신 칭찬을 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결말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욕 사고팔기 규칙부터 우리 반 칭찬 스타를 뽑기까지의 모든 과정들이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의로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문득 내가 가슴을 치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욕 이자를 받고 싶어서? 욕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서?
아니면…… 욕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아이스크림 하나에, 게임 카드 한 장에 친구들이 꺼려하는 욕을 대신 해 주던 ‘욕 킬러’ 지남철. 어느 날, 평소처럼 친구의 부탁을 받고 같은 반 여자아이에게 거친 욕을 대신 날린 남철이 때문에 긴급회의가 소집된다. 회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남철이를 제외한 반 아이들의 만장일치로 ‘욕을 하려면 돈 주고 욕 사용권을 사야 한다.’는 규칙이 정해진 것. 게다가 욕 한 번 값은 무려 오백 원이다. 
벌금도 물고, 욕 사용권 몇 장을 사서 쓰다 보니 용돈은 금세 똑 떨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남철이는 평소 아무렇지 않게 욕을 주고받던 절친한 친구 준하가 다리를 다친 것을 알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외친 “병신”이라는 욕 때문에 준하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만다. 죄책감을 느낀 남철이는 엄청난 결심을 한다. 바로 교실 외 다른 곳에서 몰래 욕하는 아이들을 감시하는 ‘엑스맨’이 되기로 한 것. 엑스맨은 절대 욕을 할 수 없다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욕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욕 참기는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 일부러 학교에 늦게 가기도 하고, 욕하고 싶을 때마다 침을 꼴깍 삼키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욕 참기 방법을 강구하는 나날이 계속되는데……. 
어느새 다가온 여름 방학! 그런데 놀랍게도, 욕 킬러였던 남철이가 학급 내 ‘칭찬 스타’ 후보가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밥 먹는 것보다 욕하는 것이 더 쉬웠던 우리 반 욕 킬러 남철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