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아파트, 집 짓기의 정석 - 이현욱 지음/이집소 |
아파트를 버려야 아이가 산다
학창 시절 생계를 위해 아파트 분양 딱지 줄 서기도 해 보았고, 한때는 돈을 벌고 싶어서 아파트 설계도 하고 강남 재건축 단지나 강북 재개발 조합원도 했던 지은이는 알면 알수록 건축가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고 한국 아파트 시장 바깥으로 나왔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마당 있는 집을 꿈꾸었고, 언뜻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내 집 짓기 도전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 새 중산층을 위한 단독주택 짓기의 대표 건축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아파트를 버려야 아이가 산다’는 강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주거 형태를 꿈꾸기를 권한다. 왜 우리가 주거 형태로 아파트를 가장 선호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대형 건설사들이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는지를 대지 지분, 전용 면적, 관리비, 재테크 등 조목조목 들여다본다. 그리고 더 이상 아파트로 시세 차익을 얻기 힘든 시대가 올 것이고, 아파트에도 감가상각이 적용되면 우리도 새로 짓기보다는 고쳐서 사는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더 나아가 주택 정책에 관한 건축가로서의 의견을 말하며 집값 떨어트리는 정부를 응원하자는 파격적인 주장도 펼친다.
세상에 자기 집 짓는 일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왜 집을 지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집을 지을 것인가’. 자타공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살림집을 계획한 건축가로서 지은이는 자기 집 짓는 일만큼 사랑하는 가족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 없다고 자신한다. 특히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돈 모아서 집을 짓기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에게 맞는 집을 하루라도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접 자기 집 짓고 살아 본 건축가로서 여러 실패를 통해 건축 공부를 다시 했다고 고백하는 지은이의 삶은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집 짓기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자신의 좌충우돌 집 짓기 경험담과 함께, 그동안 단독주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편견은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짚어가며 막연하기만 했던 내 집 짓기의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는 지도를 그려 준다. 그래서 일반적인 건축 실용서들처럼 멋진 집 사진을 나열하고 집 짓기 관련 복잡한 정보들이나 팁을 전달하는 구성을 벗어나, 그동안 지은이가 수많은 집을 지으며 직접 체득한 노하우를 건축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알기 쉽게 들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행복하고 살기 좋은 집은 짓는 과정부터 다르다
책의 각 부는 처음 집을 지을까 말까 고민하는 시점부터 집을 짓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비용 문제와 이웃과 어울려 사는 노하우까지 독자와 함께 집 짓기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3부 〈집 짓기 전 꼭 알아야 할 상식〉에서는 용적률과 건폐율, 필지 분할 같은 필수 상식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제일 고민하는 ‘땅값과 건축비는 어떤 비율로 해야 하는가’ 같은 문제들에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4부 〈행복한 집 짓기 10가지 비결〉에서는 실제 집 짓고 살아 본 건축가의 경험과 지은이가 설계한 주택에 살고 있는 건축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떻게 집을 지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단독주택에서의 삶은 이웃이 있고 이웃이 곧 마을이라는 건축가로서의 철학이 담겨 있다.
5부 〈효율적 집 짓기 11가지 비결〉에서는 굳이 묻지 않으면 건축가도 시공사도 부동산도 알려 주지 않는 ‘싸고 좋은 집 짓는 방법’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정말 이렇게 다 알려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건축주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핵심 정보들을 모았다.
6부 〈헌 집이 새집 되는 두꺼비 집 리모델링〉에서는 신축보다 두꺼비 집(리모델링)이 유리한 경우를 직접 설계한 사례들로 보여 준다. 무조건 신축을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갖고 있는 낡은 건물이 보물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눈을 기르는 법을 알려 준다.
이제껏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지만 어쩐지 집 짓기가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내 집 짓기가 조금만 알면 전혀 두려울 게 없는 행복한 여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를 희망한다.